엔 캐리 트레이드가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의 핵심 변수로 다시 떠올랐다. 2025년 12월 들어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추가 긴축을 시사하고, 엔화 약세가 빠르게 되돌려지면서 대규모 캐리 청산(언와인딩)이 발생했다. 그동안 글로벌 유동성의 숨은 공급원 역할을 했던 엔 캐리 자금이 회수되자 위험자산은 물론 채권시장 역시 강한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신흥국 국채금리는 단기간 급변했고,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시장 구조에도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12월 엔 캐리 청산이 왜 발생했고, 그 충격이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남기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왜 발생했는가: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이 근본 원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매우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최근까지 엔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비용이 낮은 조달 통화였고, 미국·호주·신흥국의 높은 금리는 캐리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5년 11~12월 일본은행이 물가 지속성을 확인하며 금리 정상화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시장은 급변했다. 첫째, 일본의 장단기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둘째, 엔화가 150엔대 후반에서 130엔대로 급반등하며 환손실 위험이 커졌다. 셋째, 일본 기관투자가와 글로벌 헤지펀드가 엔화 차입 포지션을 급히 줄이기 시작하면서 캐리 청산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즉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와 엔화 강세가 시장 메커니즘을 뒤집은 것이다.
엔 캐리 청산은 글로벌 국채금리에 ‘양방향 충격’을 준다
엔 캐리 포지션이 청산될 때 채권시장은 단순히 안전자산 선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는 두 가지 상반된 힘이 동시에 작용한다. 첫째는 위험자산 회피로 인한 ‘국채 매수 집중’이다. 포지션이 급하게 정리될수록 주식·신흥국 채권·기업채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이탈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미국·일본·독일 국채로 유입되면서 국채 금리를 빠르게 낮추는 힘을 만든다. 둘째는 ‘환헤지 포지션 조정으로 인한 국채 매도’다. 엔 캐리 트레이드에 참여한 투자자 중 상당수가 미국 국채를 담보로 활용했거나 달러 자산을 매수한 뒤 환헤지를 같이 걸어두었다. 엔화가 급반등하면 헤지 포지션을 되돌리기 위해 달러 자산을 청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 국채 매도가 단기적으로 증가하며 금리를 다시 밀어올리는 변동성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2025년 12월 채권시장은 방향성보다 ‘급격한 변동성 확대’가 핵심이다.
일본 국채(JGB) 시장은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
이번 엔 캐리 청산 과정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 중 하나가 일본 국채 시장이다. 일본은행이 장기 국채 매입을 줄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국채 매수 여력마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금리는 빠르게 상승했고, 특히 10년·20년·30년 초장기물 금리는 하루에도 몇십 bp 단위로 움직이는 등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일본 국채 시장의 구조적 특징은 ‘일본은행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인데, 장기적 정책 전환으로 그 균형이 깨지면서 일본 국채 시장은 더 높은 금리 수준과 더 큰 변동성을 새로운 표준으로 맞이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채권금리에 상향 압력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미국 국채 시장에는 달러 강세 둔화와 안전자산 수요가 동시에 영향을 준다
엔 캐리 해소는 달러 강세의 속도를 둔화시키고 있다. 엔화 강세는 달러 약세 압력을 만들고, 이는 미국 국채에 두 가지 방향으로 작용한다. 첫째, 달러 강세 둔화는 미국 국채를 매수할 해외 투자자의 환위험 부담을 낮추며 장기물 수요를 지지한다. 둘째,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2년·10년물 중심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다. 실제로 2025년 12월 시장에서는 미국 장기물 국채 금리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방향성보다 변동성이 핵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엔 캐리 포지션 해소로 총 유동성이 줄어들며 미국 기업채와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도 확대돼 채권시장 전반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신흥국 채권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흥국 채권 시장은 구조적으로 외국인 자금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엔 캐리 청산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 엔화 강세와 글로벌 유동성 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면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금리가 급등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달러 고금리 환경 하에서 엔 캐리 자금은 신흥국 고금리 통화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청산 속도도 훨씬 빠르다. 2025년 12월에도 일부 신흥국 채권금리가 단기간 급등하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감소하는 등 리스크 자산 축소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응전략 체크리스트: 변동성 장세에서 채권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 엔·달러 환율 추세
엔 캐리 움직임의 핵심 신호이며 위험자산·채권시장 변동성을 예측하는 가장 빠른 지표다. - 일본은행 정책 스케줄
BOJ의 발언 한 줄이 글로벌 금리를 움직일 수 있는 구조이므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미국 10년물 변동성 지표(MOVE Index)
엔 캐리 청산은 국채 가격 변동성을 극대화하므로 MOVE지수 추적은 필수다. - 신흥국 통화 및 채권 스프레드
자금 이탈 여부를 가장 빠르게 확인하는 수단으로, 포트폴리오 위험관리 기준이 된다. - 달러 유동성 지표(Cross-currency Basis, FX Swap)
세계 자금 사슬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경고음을 내는 영역이다. - 현금비중과 단기물 중심의 방어 전략
방향성보다 변동성이 문제인 구간이므로 포지션 최소화가 리스크 관리를 용이하게 한다.
엔 캐리 청산은 단순한 ‘일본 시장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과 위험자산, 그리고 국채시장 전반을 흔드는 중요한 흐름이다. 2025년 12월의 변화는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정책 전환기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단순 금리 수준보다 시장의 유동성 흐름과 변동성 신호를 더 면밀하게 추적할 필요가 있다.